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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뉴스

"보험 조사, 손해사정사 고유 업무 아냐" 첫 판결…논란 점화 2017-05-23 조회수 5041

보험과 관련된 사고 조사를 손해사정사의 고유 업무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험과 관련된 사고 조사를 손해사정사의 고유 업무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손해사정업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해석으로 인해 향후 보험 사고 조사인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손해사정사회가 항소에 나서면서 손해사정인의 고유 업무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벌이는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 11부(하태흥 부장판사)는 한국손해사정사회 등이 보험연수원에 대한 보험조사분석사 민간자격 등록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손해사정사회가 민간자격인 보험조사분석사의 직무 내용이 손해사정사의 업무와 중첩된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한 결과다.

손해사정사회는 보험조사분석사 직무에 포함돼 있는 보험 사고의 조사 등이 보험업법 상 손해사정사의 업무로 규정돼 있는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과 겹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손해사정사 업무와 중복되는 분야의 민간자격 신설을 금지하는 관련 법규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 사고 조사 업무가 손해사정사의 고유 업무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업무가 겹치더라도 보험조사분석사 민간 자격 등록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업법에서 손해사정사의 업무 중 하나로 규정돼 있는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과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은 손해사정사가 아닌 자에게 금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보험업법 상 손해사정사가 아닌 자에게 금지되는 업무는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업무에 한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손해사정사의 고유 업무를 손해액과 보험금의 사정으로만 국한시키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머지 업무들은 손해사정사가 아니더라도 수행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손해사정사들은 이번 판례가 굳어질 경우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제쳐두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법원이 손해사정사들의 고유 업무로 인정한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에 쓰인 사정(査定)이라는 표현에 이미 조사 업무가 포함된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사정이라는 단어는 통상 사전적으로 '조사하거나 심사해 결정한다'는 의미로 정의된다. 즉, 보험금 사정은 손해사정사의 고유 업무로 보면서도 보험 사고 조사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 자체에 역설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손해사정사들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손해사정사회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한 상태여서 손해사정사의 업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해사정업계는 이번 판례로 보험 사고 조사 자격의 벽이 허물어지게 되면, 손해사정의 전문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보험 사고 조사는 손해사정의 시작이자 기본이 되는 업무로, 조사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결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구체적 사례에 대한 서술 문항을 포함한 1·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국가자격인 손해사정사와 달리, 보험조사분석사 자격의 경우 객관식 문제만 풀면 된다는 점만 봐도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고 조사 업무는 다소 개방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사 업무조차 반드시 특정 업군 종사자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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